백문이 불여일견 한번 보고 일단 써보면 끝;
레몬펜은 웹사이트 어디에서나 긋고 쪽지를 달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레몬펜을 긋고 쪽지를 달아 보세요.
김하늘 “싸가지 없는 여배우 … 귀엽지 않나요”
“나 싸가지 없단 건 알죠? 겸손, 배려 나 그런 거 몰라요.”
“전 이상하게 누군가를 만나면 자꾸 적을 만들어요. 그렇다고 뭐 별로 신경도 안 쓰지만. 관계들이 심플해지니까 오히려 더 편해요.”
이런 까칠하기 그지 없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녀. ‘국민요정’ 오승아다. 당신이 ‘드라마 공화국’의 성실한 국민이라면 최근 그 이름을 못 들어봤을 리 없다. 오승아는 SBS 수목 드라마 ‘온 에어’(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의 주인공. 전속 계약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로 데려가려고 매니지먼트사마다 줄을 섰고, 도도하고 콧대 높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톱스타다.
그런데 밉지는 않다. 7년 전 진 마음의 빚을 갚겠다며 몰락한 매니저 기준(이범수)과 계약하는 의리를 보일 때는 꽤 멋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일삼는 소속사 사장 상우(이형철)에게 거침없이 대거리하는 장면은 통쾌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폭력적인 상우에 대한 두려움을 드라마 PD 이경민(박용하) 앞에서 드러내며 눈물을 떨굴 때는 애처롭다.
여배우라면 퇴짜 놓을 리가 없는 배역, 오승아를 연기한 김하늘은 스스로를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한다. 그를 충무로의 주목 받는 여배우로 만들어줬던 과거의 코믹 연기와는 딴판이지만, 어쨌든 몸에 착 감기는 옷을 한 벌 더 맞춘 듯한 느낌이다. ‘온 에어’ 5회 방영을 하루 앞둔 18일, 그를 만났다.
-방영 한 달도 안 돼 시청률 20% 돌파가 코 앞이다. 오승아의 공이 크다.
“대본을 읽는 순간 맘에 쏙 들었다. 배우들은 해보지 않았던 걸 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코믹 이미지가 내게는 플러스였지만, 그렇다고 거기 안주할 수만은 없었다. 오승아 역은 새로웠다. 성격은 세지만 이유가 있는 도도함이다. ‘내가 스탄데’라기보다 ‘내가 이 거친 바닥에서 7년간 버텼는데’에 더 가까운, 프라이드가 있다.”
-오승아 모델이 톱스타 A니 B니 하는 얘기도 돌고 있다.
“현실 속에서 승아처럼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령 기준을 배신한 체리(한혜원)를 미용실에서 만나 물을 끼얹는 장면이 그렇다. 내가 후배 연예인을 만나 실제로 그랬다고 가정해보라. 다음 날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할 사건이다.”
-방송가 내부 사정이 리얼하게 나오고 있는데.
“맞아, 맞아 하면서 보게 되는 부분이 꽤 있다. 멀쩡하게 기획되던 드라마가 시청률 안 나올 것 같다는 이유로 갑자기 엎어지고, 심지어 1·2회 촬영하다가 배우가 갑자기 바뀌기도 하는 경우를 여러번 봤다. 개인적으로는 극중 매니저들의 ‘분칠한 것들 믿지 말라’‘외계인보다 알 수 없는 게 연예인’이라는 대사가 참 서운하더라(웃음). 난 한 매니저와 7년간 일한 적도 있다. 배우에게 매니저는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거침 없는 대사가 속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
“연기하는 나도 종종 시원함을 느낀다. 초반에는 수위가 높아 부담감이 컸다. 강한 인물이지만 너무 강하게 나가면 오버고, 너무 약하게 하면 밋밋하니 그 중간을 찾는 게 힘들다. 가령 소속사 배우들과 함께 하는 삼겹살 파티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장면이 그랬다. “이 밤에 내가 삼겹살을 먹으면 몇 시간을 뛰어야 되는지 알아요?” 이 대사를 하면서 약간 눈물을 보여야 한다는 내 의견과, 아주 강하게 내질러야 한다는 감독님 의견이 엇갈렸다. 기준 앞에서 배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약한 내면을 보여주는 거니까 강하게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가지 버전을 다 찍었고, 결국 내 제안을 감독님이 받아주셨다.”
-승아가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알고 있는지.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자꾸 들으니까 걱정이 좀 된다(웃음). 예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까칠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나를 많이 감추고 살았다. 지금은 다르다. 인터뷰도 수다 떨듯 편하게 하려 한다.”
-오승아는 연기 콤플렉스가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난 얼떨결에 데뷔했다. 어려서부터 미스코리아 나가란 소린 많이 들었지만 연예계는 나와 상관 없는 다른 세계였다. 데뷔 후 줄기차게 욕을 먹었다. 연기 못 한다고. 그래서 한동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연기밖에 없었다. 누구는 몸매 관리, 피부 관리 바쁘다지만 난 운동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해피 투게더’(1999년) 오종록 PD가 연기가 너무 안 되니까 ‘하늘아, 차라리 너랑 나랑 같이 뛰어내리자’라고 말했다는 기사도 봤다.
“지금 생각해도 연기를 진짜 못 했던 시절이다(웃음). 그때 조명 세팅 다 해 놓고 수십 명 스태프가 지켜보는 앞에서 눈물이 안 나와 두 시간인가 서 있고 그랬었다. 눈물이 조금 고이다가 바람 불면 싹 가시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감독님은 소리지르고 머리 쥐어뜯고….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 막바지로 가니까 변화가 왔다. 저절로 눈물샘이 터졌다. 컷 사인이 나왔는데 전봇대를 끌어안고 계속 울었다. ”
-그 때가 스무 살이었다. 많이 달라졌다.
“이제 연기 생활 11년째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청초한 이미지에서 못 벗어날 것 같았는데 ‘동갑내기 과외하기’‘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온 에어’로 다시 ‘김하늘이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를 잡았으니 운이 참 좋다고 할 수밖에. 하지만 운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서운하다. 말을 안 했을 뿐,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얼굴이 크다는 식의 외모에 대한 비난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연기 못 한다는 소린 참기 힘들었다.”